한 국내 자동차 제조사 관계자의 토로다. 환경 규제가 기술력을 너무 앞서나가면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규제의 모델이 된 유럽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경유차 조기 단종..."정부 정책 뒷받침 돼야"=2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질소산화물(NOx) 배출 감소를 위해 일부 경유차종을 조기 단종하는 방안 등을 환경부에 전달했다. 여기에는 강화되는 실도로 인증기준 조기 대응 등의 방안 등도 포함됐다.
환경부가 전년도 출고량의 30% 범위 내에서 WLTP(국제표준 중소형차 시험방식) 적용을 1년 유예해 준 것에 대한 상쇄방안을 자동차 업체들이 내놓은 것이다. 환경부는 상쇄방안 등으로 연 456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형태는 WLTP 유예에 따른 제조사들의 자발적 참여지만 애초에 유럽에서 사용하는 WLTP의 도입이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시험방법(NEDC)보다 강화된 WLTP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부 업체들은 원천 기술을 가진 유럽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사와야 한다.
WLTP도 문제지만 2020년부터 자동차 제조사가 판매하는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km 당 97g으로 낮추는 규제도 맞추기 쉽지 않다. 이미 기술력을 확보한 유럽의 기준(2021년까지 95g/km)를 그대로 들여오면서 규제가 국내 기술력을 앞서 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의 경우 1.6 가솔린 터보엔진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0g/km, 1.6 디젤엔진의 경우 113g/km(이상 17인치 타이어 기준)이다. 경차인 기아차 ‘모닝’도 배출량이 km당 100g이 넘는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은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비스바덴에서 "국내 온실가스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전기차 개발이 필수인데 정부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목표만 정해 놓고 민간에게 맡겨 놓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디터 제체 다임러AG 회장 /사진=다임러그룹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 "기술적으로 가능한 규제를 해야"= 국내 규제의 모델이 된 유럽에서도 규제가 너무 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3일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디터 제체 다임러AG 회장은 ACEA(유럽자동차공업협회) 회장 자격으로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체 회장은 "2021년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이미 사용 가능한 기술은 대부분 사용됐다"며 "향후 기준이 더 강화될 경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렵더라도 규제를 맞춰야하지 안냐는 질문에 제체 회장은 "10년 전 제조사들이 디젤엔진을 만들게 했는데 지금 결과(디젤 게이트 등)를 보라"며 "지금 전기차를 권장한 후 10년 후 '그 에너지원이 사실 더러웠다'며 탄압할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제조사들이 기술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규제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까지 규제는 어떻게든 맞췄지만 내연 기술의 한계가 온 만큼 향후 규제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2021년 보다 20% 절감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향후 전기차 인프라 상황을 보며 중간에 목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FTA 등의 영향으로 휘발유차는 미국 규제, 경유차는 유럽의 규제를 따르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곳 중에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