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최근 10년 된 자신의 승용차 정기검사를 받았던 최모씨(28·전주시 삼천동)는 몇 가지 조작만으로 단번에 검사를 통과했다. 검사소 직원이 엔진 연료 흐름을 조절해 배출가스를 낮추고 검사대를 빠르게 진입하는 방법으로 바퀴의 정렬도를 높였다. 제동력 검사도 앞 브레이크는 후진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검사장비의 회전축과 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키고, 뒷 브레이크는 사이드브레이크를 함께 작동시켜서 합격할 수 있었다.

경유차량 정기검사를 받았던 김모씨(37·전주시 금암동)도 배출가스 항목에서 불합격할 것을 우려했지만 머플러를 세척하는 방법으로 배출가스 농도를 낮출 수 있었다. 검사소 직원이 알려준대로 인근 세차장에서 3000원을 내고 머플러를 세척해 배출가스 검사를 통과했다.

“마음만 먹으면 1분에 한대 검사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죠.”
전주시내 한 자동차검사 관련업자의 실토다. 불합격요소가 있는 차량도 간단한 조작만으로 불합격 요소를 속이고 합격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민간 지정업체를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자동차 검사를 둘러싼 경쟁이 검사 질의 개선이 아닌 합격률 경쟁으로 이뤄지면서 선 조정 후 검사 등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지정업체에 대한 감독은 공무원 4명이 상하반기에 걸쳐 진행할 뿐이다. 민간업체의 검사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 9월 검사소 내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해당차량이 실제로 검사를 받았는지 여부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편법검사 등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지난 97년 8월 자동차 정기검사 민간대행이 가능해지면서 도내에서는 119곳의 민간업체가 검사대행 지정을 받아 교통안전공단의 검사소 4곳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검사장비 등을 갖추는데 고작 수천만원이면 충분하고 검사원도 기능사 자격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적은 투자로 많은 수익을 보장받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업체들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합격률은 최대한 높이고 검사수수료는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정업체의 정기검사 수수료가 자율화되면서 일부 업체들이 2만원이 아닌 1만5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

정상적인 2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200대를 검사해 400만원을 벌어들이는 것보다 1만5000원의 수수료로 300대를 검사해 450만원을 버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부가세를 뗀 나머지 부분은 고스란히 지정업체의 수익금이 되기 때문에 커피나 음료수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도 좋은 편이다.

민간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면서 2∼3만원 정도의 중간수수료를 받고 검사를 대신해주던 카센터 등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전화 한통이면 지정업체들이 차량을 가져다가 검사해주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카센터 등에 ‘편법’을 의뢰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

시민 강모씨(34·전주시 완산동)는 “자동차검사 민간대행이 지정업체의 수익을 보장하는 특혜 아니냐”며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정기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북 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도내에서는 불법을 저지르다 적발된 지정업체가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조합차원에서 매년 직무교육을 하고 검사원들도 전문성과 청렴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