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는 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늘 제기돼 왔던 이슈였다. "차에 붙은 스티커 연비는 L당 15㎞가 넘는데, 실제론 1L로 10㎞도 못 달린다"는 식의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은 요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시민단체인 자동차시민연합에 접수된 자동차 관련 소비자 불만사항 중 15%(100여건)가 '연비가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자동차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자동차 회사들이 진보된 기술을 내세우곤 있지만, 지난 15년간 연비 관련 불만은 줄어들지 않는 추세"라고 했다. 이 때문에 시중에는 '공인연비의 70% 수준이 진짜 연비'라는 '뻥 연비 공식'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연비 논란은 사실 우리 정부기관의 연비 측정 기준이 현실을 못 따라가 확산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까지 국내 공인연비는 1975년 미국 LA 도심 교통상황을 모델로 만든 'CVS-75 모드' 한 가지로 측정해왔다. 평균 시속 34.1㎞, 최고 속도 91.2㎞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실제 주행상황을 모방하려 애썼지만, 측정 모드보다 더 막히는 데다 급가속·급정거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실제 상황을 반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올해부터 시내와 고속도로 주행상황에다 고속·급가속, 에어컨 가동, 저온조건까지 총 5가지를 반영한 '5사이클 모드'로 측정 방식을 바꿨다. 그랬더니 평균 연비가 종전보다 20% 떨어졌다. 이전 연비가 그만큼 과장돼 있었다는 얘기다. 공인연비가 실연비와 격차를 줄이게 됐지만, 측정방식 문제로 여전히 논란 중이다. 연비인증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이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로부터 회사의 자체 실험 결과 산출된 연비를 보고받고 나서 승인해주는 '신고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EPA(환경보호청)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