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환경법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제품관련 기밀정보를 제3자가 관리하게 되는 것에 대한 전자업계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판 RoHS '전자정보제품오염방지관리법'에 따라 규제대상 유해물질 분석이 의무화된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럽의 제품관련 환경법규에서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보호문제는 핵심 이슈라기 보다는 부차적인 사항이었다. 그러나, 유럽의 제품관련 환경법규가 여러 나라로 확산·채택됨에 따라 많은 제3자들이 민감한 제품정보를 수집하고 다루게 됨으로써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EU 역내의 경우 이러한 정보노출 위험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적재산권 보호관리가 좀 더 느슨한 국가에서는 기업의 많은 기밀정보에 대한 제3자 접근이 전례없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EU의 전기전자제품 내 특정 유해물질 제한지침(RoHS)을 모태로 EU와는 다른 이행방법을 채택해 자국판 RoHS 법규를 시행할 예정인 중국에서 특히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의 RoHS 규제는 생산자에게 해당 법규를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자체선언 방식으로 증명하도록 하여 제품을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생산자는 자사제품이 법규를 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출시 이후에 제품의 적합성 문제가 제기되어 단속기관이 생산자에게 적합성 증명을 요구할 경우 생산자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반면, 중국판 RoHS는 시장판매 전에 중국 시험기관에서 RoHS 규제 대상 물질에 대한 시험분석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시험기관에서의 규제만족 여부 분석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화학조성과 같이 제품의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므로써 역 설계(reverse engineering)를 비롯해 제품을 구성하는 기밀정보 노출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관련 업계는 특히 중국시장에서의 역 설계 및 제품복제 위험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과 달리 중국에서의 지적재산권 보호 인식이 낮다는 것이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경쟁사 제품이 복제되는 사례를 경험하고 있는 관련 업계로서는 규제적합성 시험분석 과정 중에서의 정보노출로 인한 역 설계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국판 RoHS에 따라 생산자는 시장판매 전 강제인증(CCC, 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을 위해 중국 주무부처가 지정한 시험분석기관에서 적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중국이란 거대 시장을 잃고 싶지 않은 생산자들은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자사제품에 대한 시험분석을 중국 시험기관에 맡겨야 하며, 해당 규제 적합성 여부에 대한 분석만을 수행하고 모든 관련 데이터 정보 기밀을 유지할 것이라는 해당 시험분석기관의 약속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는 시험분석방법을 표준화하고, 시험기관간 상호인정을 통해 역외 시험기관의 분석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은 전세계 RoHS 적합성 시험분석기관에서 활용 가능한 분석 표준을 마련하고 있고, 현재 막바지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 표준이 받아들여진다면, 중국 역외의 시험분석기관도 중국판 RoHS 분서기관으로 지정 받아 해당 분석업무를 실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역 설계(reverse engineering) : 신제품을 분해하여 정밀하게 분석, 그 설계를 역으로 탐지하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