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풍광이 살아있는 진도

조수가 휘돌며 몸부림치는 명량 해협을 건너가면 '민속의 보물창고'라고 불릴 정도로 남도의 풍류가 넘치는 진도가 기다린다.

한반도의 남서쪽 끝에 있는 진도는 아직 조용하고 아름다운 남도의 전형적인 풍광들이 살아 있어 한적한 가을 여행지로 제격이다. 특히 조용하면서도 깨끗한 바다가 있어 가을바다의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조수가 휘돌며 몸부림치는 명량해협을 건너가면 '민속의 보물창고'라고 불릴 정도로 남도의 풍류가 넘치는 진도가 기다린다. 운림산방은 선계 처럼 운치가 있고 진도 남쪽에 가면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도 있다. 멀리 동지나해에서 밀려드는 파도가 기암괴석과 벼랑과 포구에 안기면서 포말로 부서지는 풍경은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진도의 바다 여행은 긴 여정에 지친 나그네의 몸과 마음을 반갑게 맞아주는 진도대교에 서 시작된다. 동양에서 가장 긴 사장교로 알려진 길이 484m의 진도대교는 남해안의 명물 가운데 하나이다. 이 다리는 울돌목 해협의 초속 6m나 되는 거센 조류 때문에 양쪽 해안에 69m의 철탑을 세운 후 케이블로 다리를 지탱하도록 만들어졌다.

진도대교를 건너기 전에 우선 우수영에 들러 보자. 우수영은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이다. 이곳에는 이순신 장군 추모비와 기념관, 전망대 등이 있어 정유재란 때 세계 해전사에 남을 대승을 거뒀던 명량대전의 추억을 묻고 있는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매끈한 자태로 서있는 진도대교와 그 너머로 진도가 정답게 손짓하고 있다.

진도대교가 있는 부근은 울돌목이라 불리는데 명량鳴梁이라는 해협의 파도소리가 우뢰와 같이 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를 건너면 진도각 휴게소 등 관광상가들이 있고 울돌목 부근에는 횟집촌이 있어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당긴다.

진도대교를 건너 계속 18호 국도를 따라 15.3km 진행하면 진도읍에 이르게 된다. 가는 도중에 야트막한 구릉에 푸릇한 푸성귀가 자라는 정다운 풍경 등을 만끽할 수 있다. 진도읍은 작고 조용한 곳이다. 이곳에서 진도 명물인 홍주와 구기자를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 조그만 구멍가게에서도"홍주나 구기자 팝니다"라고 써붙여놓고 있을 정도이다.

진도읍 남서쪽에 있는 운림산방과 쌍계사는 진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읍에서 5.4km 떨어진 곳에 있는 운림산방의 산수화 같은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겨본다. 남종화南宗畵의 성지라고 불리는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지방 기념물 51호로 23평 규모의 한옥 화실과 50여평 규모의 유물관, 480평의 연못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1856년 시,서,화 (詩,書,畵)의 삼절(三絶)이라 불리는 소치小痴 허수許誰가 작업실로 지었는데 집 앞쪽의 운치 있는 연못과 뒤쪽의 상록수림이 아름다운 산이 있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해 내고 있다.

작업실이었던 산방 뒤에는 허수의 사당인 운림사가 있다. 운림사 뒤쪽의 숲은 천연기념물 107호인 상록수림이 둘러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운림산방의 이웃에는 작지만 운치 있어 보이는 쌍계사가 있다. 이 절은 신라 문성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는데 지금은 정면 3칸인 대웅전과 명부전이 있다. 지금은 절 입구에 종루를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운림산방과 쌍계사를 돌아본 후 읍으로 되돌아 와 진도의 끝 남동까지 가는 코스와 바다가 갈라진다는 회동을 돌아 진도 대교로 나오는 코스 때문에 망설이게 된다.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에는 회동으로 돌아 나오는 것이 바다 드라이브를 충실히 즐기는 방법이다.

진도의 남쪽에 있는 회동리의 방파제와 띠섬이라고 불리는 모도 사이의 바닷길 2.8km는 해마다 음력 2월이나 3월 보름께나 그믐께 주로 일어나는데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진다. 보통 때는 수심 5m에서 6m인 바다가 갈라지듯 밀려나가 폭 30m에서 60m까지의 너른 길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구경하기 위해 해마다 그때쯤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러한 현상은 바닷물의 간만의 차가 매우 커져 바다 밑의 모래 언덕이 드러나는 것으로 현대과학으로 보면 그리 신비한 일은 아니다.

회동을 돌아 다시 진도대교로 나오는 길은 적당한 간격으로 바다가 있어 지루하지 않은 길이다. 드라이브길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진도대교에서 보는 일몰은 참으로 아름답다.

별미 남도 한정식은 푸짐하고 깔끔하다. 진도읍에서 소문난 맛집은 신미식당(061-543-5695)으로 해물반찬이 많은 한정식을 내고 있다. 상위에는 새내기라는 몸통이 볼록하고 흰 살이 많은 생선을 구워 올린다. 얼큰한 조기매운탕과 죽순, 애호박, 오이, 미나리 등 나물도 빠지지 않고 올리는데 반찬이 20여 가지가 넘는다.

 

하룻밤 쉴만한 곳 (지역번호 061) 어느 진도 사람이 타지에 나가서 번 돈으로 고향에 돌아와 지었다는 읍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진도 스타호텔(061-543-0043)이 깨끗하다. 그밖에도 태평모텔(543-9988), 대광장(544-2846) 등이 깨끗하며 일월장 모텔(542-6811)도 권할만한 곳이다.

 

운전메모 □ 진도로 접근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광주-나주-영암-해남을 거쳐 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목포를 거쳐 금호방조제를 건너는 방법도 많이 이용된다. □ 진도 입구 문내에서 진도대교를 건너 계속 18호 국도를 따라 15.1km 진행하면 진도읍에 이르게 된다. □ 진도읍에서 운림산방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찾기 쉽다. □ 바다가 갈라지는 회동을 들른 다음 되돌아 나오다 명량대첩이 치뤄진 벽파진에 들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