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사의 향기가 익어 가는
황 악 산  직 지 사

황악산 자락에는 신라의 고찰 직지사는 관광 유원지가 많지 않은 김천 지역에서 그 규모나 역사, 빼어난 자연 경관 등으로 볼 때 독보적인 명소이다

가을이 완전히 여문 11월에 찾아가는 산사(山寺)는 원색으로 물든 단풍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제대로 어울려 절경을 연출한다. 비취빛으로 물든 하늘과 오색단청 아래 흐르는 은은한 향내음, 낮게 흐르는 목탁소리와 풍경소리가 있는 가을의 직지사를 찾아가는 여행은 생활의 청량제로 훌륭하다.

구름도 쉬고 넘는다는 추풍령 아래 첫동네가 김천시이다.(몇 년전까지만 해도 금릉군과 김천시가 나뉘어 있었지만 지난해 1월1일부터는 모두 김천시로 통합되었다).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산세 좋은 ①황악산은 소백산맥의 한 자락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마음의 터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①장엄한 기세로 남하하던 백두대간이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한반도 중심부로 들어오면서 그 기세를 낮춘 곳인 추풍령이다. 추풍령을 지나면서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형국인 황악산(黃岳山)은 황학산(黃鶴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산세가 마치 학(鶴)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누런 금빛 학을 상징하는 황학은 상상 속의 상서로운 새로 옛사람들이 이곳을 황학이라고 부른 이유는 이 산에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추풍령을 넘어 김천으로 내려오는 4호 국도 오른편에 있는 황악산 자락에는 신라의 고찰 직지사가 있다. 직지사는 관광 유원지가 많지 않은 김천 지역에서 그 규모나 역사, 빼어난 자연 경관 등으로 볼 때 독보적인 명소이다.

4호 국도에서 갈라져 매표소에 이르는 977호 지방도는 자그마한 하천을 가운데 두고 상행과 하행이 나뉘어 있는 일방통행 길이다. 이 길을 따라 10여분만 달리면 주차장에 이른다. 주차장 뒤편에는 관광 집단 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집단 시설 단지에는 산나물 요리를 주로 하는 40여 곳의 식당과 10여곳의 여관, 우체국, 다방과 노래방 등이 들어서 있어 제법 흥청거리는 분위기이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가 있는 일주문까지의 산길은 6.25 때만 해도 길이 묻힐 만큼 숲이 깊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번듯하게 다듬어져 있고 나물과 약초를 파는 아낙들이 관광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황악산의 수려한 산세에 묻혀 있는 직지사는 수려한 산세가 흘러내린 기슭에서 단아한 풍채를 자랑하며 산사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신라에 불교를 전해 준 아도화상이 눌지왕때인 418년 창건한 직지사는 규모나 연륜에서 볼 때 예사 절과 사뭇 다르다. 특히 절의 내력을 이야기 할 때 ②'직지'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재미있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②이 절을 창건한 아도화상이 절터를 찾아다니다가 금오산 위에서 이 절터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똑바로 가리켰기 때문에 '직지(直旨)'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고려 태조 19년인 936년, 능여대사가 절을 확장하면서 손으로만 측량해 '직지'라고 하는 또 하나의 유래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절은 임진왜란 전까지는 발전을 거듭해 온 복받은 절이었다. 역사만을 보더라도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되기 전에 세워져 오랜 연륜을 지니고 있다. 고려때에는 불교 숭앙 정책 덕택에 중건을 거쳤고, 억불정책을 편 이조에 들어서서도 큰 절로 남아 사명대사 같은 큰스님을 배출하기도 했다. 사명대사는 이 절에서 열다섯살에 출가하여 서른살에 이 절의 주지가 되었는데 지금도 대사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율곡 이이가 이 절의 사적기를 편찬했을 정도로 혜택 받은 사찰이었다.

하지만 임진왜란 전까지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어 놓았던 마흔채가 넘었던 건물들은 왜적들에 의해 불타 없어지고 천불전, 천왕전, 자하문만 남아 있게 되었다.

폐허가 된 직지사는 아낙네들의 지성터 정도로 쓰이다가 400년이 지난 1966년 복원되기 시작해 지금의 제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고증을 거쳐 복원된 대웅전, 나한전, 관음전, 명부전, 조사당, 명월당, 벽안당, 응향각, 범종각, 사천왕문, 금강문, 일주문 등이 제모습, 제자리에 그대로 들어앉은 직지사의 모습은 정말 대견하다.

무려 15년 걸린 복원작업은 우리나라 곳곳의 큰산에서 벌채해 온 좋은 목재와 고증을 받아 정성스럽게 구운 기와로 만들어 졌다. 복원된 건물에는 여러 백년의 풍상은 서려 있지 않지만 400년전의 웅자(雄姿)를 제대로 찾았다는 점에 있어 의미가 크다.

이 절의 큰 볼거리는 ③천불전이다. 천불전 안에는 천여개의 옥돌로 된 불상이 있어 경탄을 자아낸다.

③천불전 안에는 고려시대에 능여대사가 속리산의 승려 경잠을 데려다가 경주 남산에서 캐낸 옥돌을 다듬어 만든 불상 천개가 모여 있다. 그 불상 가운데에는 알몸의 동자상이 하나 있는데 첫눈에 이 동자상을 찾아내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있어 이 곳을 찾는 아낙들은 동자 찾기에 열중이다.

직지사 구경을 마친 후 절 마당에서 오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거대한 병풍을 세워 놓은 것 같은 황악산이 눈에 들어온다. 웅장하면서도 번듯한 산세는 기개 있어 보인다.

단풍이 무르익은 황악산 등산길은 모두 세 갈래이다. 직지사에서 황악산 주봉(主峰)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와 망월봉과 신선봉을 돌아 올라가는 왼쪽 코스, 문수암과 백운봉을 거쳐 오르는 오른쪽 코스가 있다.

이 가운데 직선 거리로는 가장 짧은 코스는 황악산 등성이를 타고 주봉으로 바로 오르는 가운데 길로 산행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신선봉과 형제봉의 절경을 구경하며 오를 수 있는 왼쪽 코스의 경우에는 산행 시간을 3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오른쪽 코스는 황악산 주봉으로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로 약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 코스를 택하면 백련암과 운수암 등의 암자도 구경하며 오를 수 있다.

별미 산이 깊은 황악산에는 산나물이 많이 난다. 이 덕분에 직지사 입구 관광단지에는 산채 정식을 내는 식당들이 성업중이다. 관광 단지에 있는 경남식당(0547-436-6151)은 황악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봄에 채취해 말린 산나물로 산채백반을 내는데 깔끔한 양념으로 감칠맛을 내고 있어 유난히 손님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불고기와 손두부, 도토리묵도 상에 올리는 모듬산채정식 푸짐하다. 반주로 직지사의 명물인 더덕주도 맛볼 수 있다. 분위기 있는 찻집 직지산 경내에는 산중다원(山中茶院 0547-436-3087) 이 있어 산사에서 차를 즐길 수 있다. 가을이 깊어 가는 산사에 앉아 은은한 향의 녹차나 진한 향의 한방차, 대추차 등을 음미하는 것도 기억에 남을 일이다. 몸에 좋은 10여가지 약재를 다려 만든 한방차는 진하면서도 뒷맛이 깨끗하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녹차는 하동지방의 쌍계사에서 채취한 야생차를 잘 볶아 쓰고 있는데 다기(茶器)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 탓인지 향과 맛이 훌륭하다.

 

하룻밤 쉴만한 곳 (지역번호 0547) 직지사 입구의 관광단지 안에는 10여곳의 대규모 여관과 민박집이 여럿 있어 잠자리를 구하기 어렵지 않다. 세림여관(0547-436-6025), 천일여관(0547-436-6038), 동원장여관(0547-436-6246), 부산장(0547-436-6205) 등이 비교적 시설이 깨끗한 장급 여관이다. 김천관광호텔(0547-432-9911-6)이나 김천그랜드관광호텔(0547-433-9001-6) 등의 관광호텔은 20분 거리에 있는 김천 시내에 있다.

 

운전메모 ■ 직지사로 들어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황간IC나 김천IC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추풍령 휴게소에서 4호 국도로 나오는 톨게이트도 있으므로 이곳을 이용해도 된다. ■ 황간에서 추풍령을 거쳐 직지사 입구를 지나는 4호 국도는 완만하지만 내리막길이라 과속하기 쉽다. 가끔 단속 경찰이 나와 있는 구간이므로 규정 속도로 달리는 것이 좋다. ■ 남전에서 직지사로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에는 일방통행 구간이 있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초행길이므로 조심운전을 한다. ■ 위락시설이 들어서 있는 관광단지에는 대규모 주차장이 있다. 이 곳을 지나 매표소 앞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로 차가 다닐 수 있고 매표소 앞에 큰 주차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