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땅에 들어서서 넘어 온 길을 뒤돌아보면 1천m 이상 되는 높은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어 외진 산골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문경을 북쪽에서 감싸고 있는 산들은 태백산에서 불거져 나온 소백산맥이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와의 경계를 이루면서 조령 관문이 있는 주흘산과 조령산, 신라 고찰 봉암사가 있는 희양산, 용추폭포와 선유 구곡을 안고 있는 대아산 등의 험준한 울타리를 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옛 선비들은 이곳을 '마음의 고향'이란 뜻으로 '심향' (心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경은 외진 산간이기 때문에 하루의 기온 차가 많다. 해가 뜨면서 기온이 오르다가 밤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싸늘하게 식어 하루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 차이가 난다. 이 덕분에 근래에 들어 이 고장에서는 사과 재배가 한창이다.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자란 사과는 단맛과 신맛이 적당하게 배어 있게 되는데 여기에 해발고도가 약간 높은 산간이면 사과 재배지로 최적이다.

이화령을 넘어 문경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는 이곳에서 수확한 '문경능금'을 팔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비닐 움막을 지어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하면서 베니어판에 '사과 농민 직판'이라 적어 놓고 오가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잡고 있는 풍경에서 문경이 새로운 사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험한 이화령을 넘어 문경으로 내려오는 길목에는 영남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한숨 쉬며 넘었다는 새재로 가는 입구 삼거리에 이른다. 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만큼 험한 고개라 하여 그렇게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억새풀이 우거져 그런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는 곳이다. 새재로 유명한 문경에 가면 충청도에서 영남 지방으로 넘어가는 길목이었던 3개의 관문을 구경할 수 있다.

새재 구경은 임란을 겪고도 백년이 지난 후인 숙종34년(1708년)에 세워진 산성과 관문은 제1관문인 주흘문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다시 산길을 따라 1km 정도 가면 원(院)터의 석문과 석탑이 보인다.

원(院)이란 지금의 여관과 같은 옛 숙박 시설로 조령 산성 안에는 2개의 원이 있었다. 제1관문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원터에는 1977년 발굴 작업을 통해 고려 시대 온돌지와 토기, 자기, 어망추, 숫돌, 철제 화살촉, 마제 도구 등등이 출토되었다.

원터를 지나면 둘째 관문인 조곡관이 기다리고 있다. 선조 27년(1594년) 건립되었으나 도중에 불에 타 없어졌고 1708년 주흘관을 세울 때 중건되기도 다시 한 차례 불이 나 홍예문만 남았다가 지난 1975년에 복원되었다.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는 6.5km. 이 길은 예전에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갈 때 거쳐야 했던 옛 유생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이어 셋째 관문인 조령관이 버티고 서 있다. 조령관은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 구실을 하는 데 이 곳에서 둘러보는 백두간두의 소백 줄기는 장쾌하고 산뜻하다.

솔밭과 잔설이 있는 겨울산의 정취를 즐기면서 산책하듯이 새재 관문을 통과하는 산길을 걷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자동차를 이용해 여럿이 나들이를 온 경우에는 문경쪽 제1관문 입구에 차를 세워 산행을 시작하도록 하고 운전자는 이화령을 다시 넘어 제3관문으로 가서 일행을 기다리면 여유 있는 일정을 즐길 수 있다.

조령 제3관문에서 충주로 가는 3호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에 이르게 된다. 수안보에는 '오로라벨리'에서 '사조마을'로 이름을 바꾼 스키장이 있어 가족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옛날에 피부병으로 고생하던 어느 거지가 이곳에서 솟아나는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니 피부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소문으로 널리 알려진 수안보 온천은 단순 유황 라듐성 온천수이다. 신경통, 피부병, 류머티즘, 위장병, 부인병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소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온천수로 양치질을 하면 충치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수안보 온천 물은 온천관리사무소에서 중앙 급수식으로 호텔과 여관에 온천수를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곳에 가든 똑같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다

미륵사지는 월악산의 안쪽에 있는 명승지로 새재에서 수안보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우회전해 597호 지방도로 9km 달리면 닿는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는 곳으로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 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에 창건했다고도 하고 고려 태조 왕건의 조부가 창건했다고도 하는데 확실한 기록은 없다.

절터만으로 미루어 볼 때 상당히 큰 절이었을 미륵사에는 5층 석탑(보물 95호), 석불입상(보물 96호), 3층석탑(지방문화재 33호), 석등(지방문화재 19호) 등이 남아 있다. 또한 동양 최대의 돌거북과 흔들바위 등이 있다. 현재 미륵사지 옆으로 미륵대원이 복원되고 있다

쇼핑 문경은 요즘 사과재배가 한창이다. 일교차가 큰 이곳에서 자란 문경사과는 단맛과 신맛이 적당하게 배어 있어 맛이 뛰어나다. 이화령을 넘어 문경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지난 가을에 수확한 문경사과를 파는 노점상들이 여럿 있는데 씨알이 굵은 것은 한 상자에 2만원에서 2만5,000원 정도 한다. 미륵사지 입구에서는 산더덕과 산나물, 잡곡 등과 이곳 특산물인 대추엿을 파는 집들이 늘어서서 여행객들을 부르고 있다. 기관지가 약한 사람이나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은 보온 밥통에 무를 갈아넣고 그 위에 대추엿을 얹은 다음 하룻밤 보온 상태로 두면 엿이 무즙 위로 녹아 내리는데 이것을 공복에 한 스푼씩 먹으면 기침을 줄일 수 있다. 별미 월악산장휴게소(0443-42-5615)에서 맛보는 토종닭 백숙은 별미이다. 온종일 산 속을 돌아다니며 운동을 많이 한 닭이라 기름기가 없고 담백하다. 정성 들여 삶기 때문에 닭냄새도 나지 않는다. 닭볶음은 송이버섯과 함께 요리해 내놓는다. 꿩요리를 맛보려면 수안보에서 미륵사지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있는 감나무집(0441-846-0608)을 찾으면 된다. 꿩고기로 만드는 사브사브, 육회 등 7가지의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숙박 새재 제1관문에는 새재모텔(0581-71-1818)과 관문모텔(0581-71-7776)이 있다. 서울에서 문경으로 넘어오는 길목에 있는 수안보에서 잠자리를 구하기 쉽다. 수안보에는 수안보 파크호텔(0441-846-2331), 수안보 관광호텔(0441-846-2311) 등이 있으며 장급 여관도 많다. 송계계곡의 덕주골 부근에 있는 산장과 휴게소도 이용할 수 있다.

 

운전메모 □ 중부 고속도로 일죽IC를 이용하면 손쉽게 문경 새재를 갈 수 있다. 일죽IC를 이용할 경우 장호원-충주-수안보-문경 새재에 이른다. □ 중부 고속도로 음성IC를 통해 금왕-주덕-충주로 이어지는 직선로를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나 갈래 길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 충주에서 수안보로 이어지는 3호 국도는 굴곡 구간이 자주 나타나고 그늘진 곳에는 빙판이 남아 있어 과속을 피한다. □ 최근에는 이화령길 말고도 터널이 뚫려 쉽게 문경으로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터널 통과료를 내야 한다. □ 문경으로 넘어가는 고개길인 이화령에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대형 화물 트럭이 많다. 따라서 성급한 추월은 금하고 안전거리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수안보 새재쪽 입구에서 미륵사지로 가는 597호 지방도로 중간에는 월악산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곳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