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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40여 분을 달리고 나면 어느새 다다른 송악산.
산이라고 하기엔 동산처럼 야트막한데, 정상 입구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도 있어 불편함은 없다. 바로 송악산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라도와 가파도는 뚜렷하기도 하거니와 가까이에 있는 형제섬은 한 눈에 와 닿는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밑은 까마득한 절벽이지만, 멀리 보이는 풍경은 제주에서도 제일가는 멋을 자랑하여 은근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일몰 또한 아름다운데, 앞으로는 바다가 잔잔한 파도를 만들어 내며 손짓하는 듯하고, 뒤로는 한라산이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왼쪽을 바라보면 산방산까지 보이기에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는 말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송악산에서 내려와서 산방산으로 가는 해안도로에는 ‘사계리 해안’이 있는데,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위험한 듯하지만 산책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옥빛 물결이 출렁거리고, 멀리 빨간 등대도 보여 영화나 광고에서의 느낌을 만끽할 수도 있다.
산방산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길에 바닷내음과 바다로 뻗은 바위들, 그리고 부서지는 포말들을 보고 있노라면 지나간 추억과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 신비로움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산방산에 다다르면 위로는 백록담의 모양을 그대로 닮은 산방산이 있고, 산방굴사 입구에는 200년은 훨씬 넘은 노송이 있는데, 그 배경을 통해 바라본 용머리 해안과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산방굴사에서 내려와 용머리 해안까지는 10여 분이 걸리는데 빙빙 둘러쳐진 용머리 해안을 따라 걸으며 파도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꽤 긴 거리지만, 깎아지른 절벽과 철썩이는 파도의 가운데서 우리는 어쩌면 그 속에서 비로소 자연의 모습의 순수함 그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산과 바다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곳, 송악산～산방산 해안도로.
푸른 산과 파란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그 곳에는 산을 닮고, 바다를 닮은 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덧 뉘엿뉘엿 지는 해는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보면, 마치 본래의 바다 색은 깊고 차가운 푸른 색이 아니라, 따뜻하고 아늑한 붉은 색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따사롭기까지 하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이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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