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고산 휴양림과 불영계곡

울울창창한 수목과 옥류가 어우러져 장장 50리를 흐르는 곳. 구비마다 절경이 열려 있고 계곡의 깊이 또한 범상한 심사로는 가늠하기 힘든 불영계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장엄한 계곡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울진군의 서편 내륙 쪽에 있는 통고산과 연화봉에서 발원한 불영천은 심한 S자(字) 곡선을 흘러내리다가 광천교 아래서 잠시 쉬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동해로 흘러 내려가는 약 20km의 계곡이 바로 불영계곡이다. 이곳에는 그 유명한 불영사(佛影寺)와 선유정, 불영정 등의 정자가 늘어서 있고, 구룡폭포 등의 절경도 있어 주마간산(走馬看山)식의 여행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명승 제6호로 지정되어 있는 불영계곡 구경은 울진 쪽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울진읍 남쪽에 있는 수산교에서 영주로 이어지는 36호 국도로 우회전하면 군립공원 불영계곡이 펼쳐진다.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서 감상하게 되는 불영계곡의 풍광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불영정에서 불고개를 넘어 광천교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이다. 그 사이 전망이 좋은 곳에 팔각정인 선유정과 불영정이 세워져 있어 더욱 운치를 돋운다. 특히 불고개 못미처 있는 천축산 ①불영사는 연못 위에 떠 있는 절 풍경이 신비스러워 불심을 저절로 느낄 수 있는 도량(道場)이다.

① 연못에 부처 모양의 바위 그림자가 비쳤다해서 불영사이다. 1397년(조선 태조6년)에 화재로 소실되어 이듬해 소운대사가 재건했다. 그 후 다시 불에 탄 것을 1500년(연산군6년)에 중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모든 건물이 소실되고 응진전 만이 남았다. 현재의 건물은 임진왜란 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재건된 것이다.

계곡 구경에 넋을 빼앗긴 채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다보면 어느새 불영사 입구에 이른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모퉁이를 바로 돌면 불영사가 기다리고 있다.

불영사는 천축산(天竺山)기슭에 파묻힌 신라의 고찰이다.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유학을 한 후 돌아와 팔도를 다닐 때, 이곳을 지나다가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닮아 천축산이라 이름 붙이고 그 아래 절을 세우려 했다. 절터를 닦기 위해 준비를 하던 어느 날 부처님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쳤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의상대사는 절터 오른편에 있는 금탑봉에 올라가 살펴보니 부처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어 그 그림자가 항상 연못에 비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의상대사가 금탑봉에 올라가 연못을 내려다보니 9마리의 용이 숨어 있었다. 의상은 연못으로 내려와 용들에게 설법을 하고 절을 세우려 했으나 9마리의 용은 순순히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이에 의상은 불력으로 용을 쫓고 불영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영사는 보물 제730호인 응진전을 비롯하여 대웅보전, 극락전, 명부전 등 크고 작은 12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대웅전 아래에 있는 2기의 돌 거북도 불영사의 오랜 역사를 더듬게 한다. 정오 무렵에 불영사를 찾으면 불영사 경내를 은은하게 감돌아 나가는 종소리도 듣고 타종 광경도 구경할 수 있다.

불영사 입구에서 불고개 넘어 광천교를 건너 10여분 달리면 통고산 자연휴양림이 기다리고 있다. 해발 1,066m인 통고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이 휴양림은 아름다운 산세와 울창한 산림이 잘 어울려 별천지 같은 느낌을 준다.

반달곰 상이 이곳을 찾는 이를 반기고 있는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이 빼곡이 서 있는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와 물푸레나무, 고로쇠나무 등 활엽수들이 뿜어내는 신선한 나무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제법 수량이 풍부한 계곡 물이 굽이쳐 내리는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면 통나무로 만든 다리와 계곡 물이 모여 있는 자그마한 소(沼)를 만나게 된다. 이곳부터 약 1km 계곡 위쪽까지 잘 다듬어진 휴양시설들이 늘어서 있는데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있어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지난 92년 만들어진 통고산 휴양림 안에는 300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야영장 두 곳과 30여명이 쉴 수 있는 통나무 산막 세 동이 있고 자연학습장과 산림교육장, 주차장, 단련시설, 교육시설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어 가족단위 휴양지로 손색이 없다.

안동 영림서에서 관리하고 있는 통고산 자연휴양림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관리사무소로 예약하면 된다.

불영계곡 나들이를 끝내고 다시 울진으로 나오면 보너스로 ②성류굴과 망양정도 구경할 수 있다. 성류굴은 2억5,000만년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동굴이다. 석회암의 천연동굴인 성류굴은 천연 기념물 155호로 470m에 걸쳐 종유석과 석순이 신비한 경관을 이루고 있어 지하의 금강산이라고도 불린다. 동굴 내부의 온도는 일년 내내 15도-17도를 유지함으로써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포근하다.

②크고 작은 광장이 열두 군데가 있고, 수심이 15m인 못도 세군데나 있다. 임진왜란 때는 성류굴로 도망쳤던 울진읍성의 오백명쯤 되는 주민을 왜병이 굴 입구를 막아 모두 굶겨 죽였다고 한다. 웅장한 바위와 깊은 낭떠러지가 어울려 지옥 같은 기괴한 분위기를 주는 지옥동, 크고 작은 석순이 한데 모여 천태만상을 이루는 제8광장, 두들기면 온갖 소리를 내는 석주들이 줄지어 있는 음향동은 사람의 목소리를 되돌려 주기도 한다.

울진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수산교에서 바다로 난 해안길을 2,3분만 달리면 망양정 휴게소가 나온다. 이 휴게소 뒷산에 드넓은 동해가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양정이 자리잡고 있다. 관동 팔경의 하나인 망양정은 고려때 지어진 정자로 조선시대에 개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동해 일출은 장관이다.

별미 동해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가 바로 신선한 ③가리비다. 망양정에서 해안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목, 산포리에 있는 망양정회집(0565-83-7219)에 가면 가리비를 구이나 회로 주문해 맛볼 수 있다 망양정회집은 오랫동안 생선을 다루어 온 솜씨와 초장 맛이 좋아 인기를 얻고 있는 집으로 깨끗하게 칼질을 한 순회만을 내놓는다. 부드러운 맛이 풍부한 방어회와 살이 단단한 도미회도 뛰어나고 우럭의 맛도 각별하다. ③사새목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한 종류. 껍데기는 부채꼴로 크기가 다양하며 큰 것은 길이가 20cm나 되는 것도 있다. 수심 10-50m의 모래나 암초에 서식한다. 조개 관자(貫子)는 식용하며 껍질은 공예품의 재료로도 쓴다. 최근 들어 동해 일대에서 양식에 성공해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는데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하룻밤 쉴만한 곳 불영계곡에는 민박집만 약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울진 읍내로 나와 잠자리를 구하는 것이 좋다. 울진에는 삼척으로 나가는,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있는 아리아 모텔(0565-83-0541)과 울진 초입에 있는 알프스 모텔(0565-82-3411)등이 깨끗하다. 읍내에 있는 낙원장(0565-83-3692), 성류장(0565-83-2040), 동명장(0565-83-4700) 등도 권할 만 하다.

운전메모 ■ 불영계곡은 골마다 절경이 널려 있어 운전 중에 한눈을 팔기 쉽다.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차를 세우고 구경하도록 한다. ■ 명승 제6호로 지정된 불영계곡에는 사람을 들어 갈 수 없으므로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구경을 해야 한다. ■ 불영사 입구에서 통고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36호 국도는 비교적 굴곡이 많은 길이다. 속도를 줄이고 방어운전을 할 필요가 있다. ■ 망양정과 성류굴로 가는 수산교 부근에서는 교량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는 신호등도 없으므로 사방을 잘 살피면서 통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