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의 양대 사찰과 고인돌 공원

조계산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명찰 순례 코스를 지나 승평호가 있는 호반길까지 나오면 환상의 드라이브길이 남쪽을 향해 열린다.

순천시에 있는 ①조계산은 유달리 부드러운 산세를 지니고 있다. 산 어깨가 마음씨 좋은 청년의 건장한 실루엣처럼 여유 있고 당당해서 마음놓고 어리광을 부릴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다. 이렇게 여유 있는 조계산의 품에 안겨 있는 송광사와 선암사는 산세의 여유를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곳이다.

① 76년 도립공원으로 정해진 곳으로 높이 887m의 비교적 낮은 산이다. 그러나 산세가 안정감 있고 계곡도 많아 트래킹을 즐기기 적당한 곳이다. 송광사가 있는 조계산 서쪽에는 최고봉인 연산봉을 비롯하여 장군봉, 조계봉, 만수봉 등이 송광사 일대를 병풍처럼 둘러서고 있다. 선암사가 있는 조계산 동쪽에는 삼인봉, 월출봉, 잔대봉, 용마봉, 선암, 장군봉 등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데 장군봉 한가운데 선암사가 들어앉아 있다.

광주에서 순천으로 가는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순천 조금 못 미친 곳에 주암 평면교차로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국도로 내려서서 10여분 남짓 남쪽으로 달리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절인 송광사 입구에 닿는다.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잡고 있는 송광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절로 소문나 있다.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三寶) 사찰 가운데 하나로 무려 16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유서 깊은 절이다. 신라 말엽에 혜림 대사가 작은 암자를 짓고 길상사라고 불렀던 것을 보조국사 지눌이 정혜사를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6.25 전까지만 해도 건물 수가 80여동이 넘을 정도로 큰 절이었다고 하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가 촘촘해서 비오는 날 아무리 넓은 경내를 돌아 다녀도 비를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지금 송광사에 있는 건물은 모두 50여동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목조 문화재를 지니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송광사 입구의 삼청교를 지나면 아름다운 누각인 우화각이 기다리고 국보로 지정된 국사전과 목조삼존불상, 고려고종제서 등과 보물로 지정된 하사당, 약사전, 영산전 등을 두루 다니다보면 발아픈 줄 모를 정도이다.

송광사에서 조계산을 넘어 ②선암사로 가는 길은 길목마다 절경이 널려 있어 두리번거리며 산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산 반대편에 이르게 된다.

② 선종의 본산으로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하여 청량산 해천사라고 했으나 그 후 도선국사가 중건을 해서 조계산 선암사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선암사의 목조 건물들은 여러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된 부분이 많고 지금 남아 있는 부분은 이조 말엽에 중건한 것들이다. 고풍스러운 대웅전과 목조로 된 승가대학 건물도 있어 학구적인 분위기도 엿볼 수 있는 선암사 경내는 건너편에 있는 송광사의 그늘에 가려 때가 덜 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꽃나무와 차나무로 둘러싸인 선암사는 여느 사찰과는 달리 잘 가꾸어진 정원과 연못이 있어 도원경에 들어 온 느낌이다. 곧고 높게 자란 대나무 숲에 자리잡고 있는 선암사 주변에는 무성한 야생 차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운 좋으면 가끔 찻잎을 따는 동자승을 볼 수 있다.

선암사 경내를 돌아본 후 승주쪽으로 나가는 길목에는 빽빽한 삼나무 숲과 선암사의 명물인 아치형 돌다리 승선교, 이층 누각인 강선루를 구경하게 된다.

조계산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명찰 순례 코스를 지나 승평호가 있는 호반길까지 나오면 환상의 드라이브길이 남쪽을 향해 열린다. 857호 지방도를 따라 낙안읍성을 거쳐 벌교로 내려가는 이 길은 호반길과 산길이 이어져 있어 분위기 있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굴곡이 심한 산길을 지나 오공재에 이르면 너른 낙안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벌판 위에 자리잡고 있는 낙안읍성은 전라남도에서 민속마을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옛고을의 형태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둘레가 1.5km 정도 되는 장방형의 성곽 안에 자리잡고 있는 민속 마을 안에는 약 1백여 세대가 옛모습을 보존해가며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민속자료로 지정된 옛집과 옛 관헌의 건물 가운데 객사 등이 특별히 보호되고 있다.

이 민속마을 한가운데에는 병자호란의 영웅 임경업 장군의 선정비가 남아 있어 눈길을 끌기도 한다. 낙안성을 임장군이 하룻밤만에 쌓았다는 전설이 남아 있을 정도로 이곳 사람들은 임장군에게 각별한 정을 보이고 있는데 성밖에는 임경업 장군의 사당인 충민사가 있어 봄 가을에 제사를 지낸다.

낙안읍성에서 나와 동쪽으로 열린 818호 지방도를 따라 6.4km를 달리면 송광사로 다시 올라가는 15호 국도와 27호 국도 병합 구간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30여분 달리면 섬진강 물을 모아 둔 주암호가 나온다. 주암호는 몇년전 댐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주암호를 따라 다시 송광사로 올라가다 보성 방향으로 빠지는 길목에는 댐 건설로 만들어진 수몰지역의 선사유적을 모아 복원해 놓은 ③고인돌공원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③ 섬진강의 지류인 보성강 주변에는 유난히 선사시대의 유적지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이 섬진강 지류를 막아 만든 주암댐이 91년 완공되면서 이 지역의 많은 부분이 수몰지구로 변하기 시작했다. 주암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송광면 우산리에 있는 고인돌 공원은 수몰지역의 선사시대 유적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인돌 무리 9곳에서 모아 온 140여개의 고인돌과 선사시대의 움집 6동 등을 전시하고 있고 유물 전시관과 묘제 전시관 등이 있어 볼거리가 제법 많다.

구석기 시대의 집터와 신석기 시대의 움집, 청동기 시대의 움집 등을 둘러보고 고인돌을 모아 놓은 잔디 공원에서 주암호를 내려다보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주변에 유난히 많은 억새풀이 고인돌과 조화를 이루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 500원. 0661-54-4363)

고인돌 공원에서 다시 광주로 돌아오는 방법은 송광사 입구를 거쳐 주암평면교차로에서 남해 고속도로를 타는 방법과 주암호를 가로지르는 15호 국도를 타고 화순을 거쳐오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15호 국도를 이용하면 도중에 아름다운 호반길 드라이브와 서재필박사 사당 등을 들러 올 수 있다.

 

별미 낙안읍성 한가운데 있는 임경업장군 선정비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는 향토음식점 은 전통 남도음식을 내는 전문 음식점이다. 이집 자랑인 백반에는 섬진강의 특산물인 참게로 담근 참게장과 다양한 젓갈, 나물이 상에 오르는데 심심하게 끓인 된장찌게 맛도 일품이다. 파전이나 도토리묵 동동주 등도 맛볼 수 있다.

 

하룻밤 쉴만한 곳 송광사나 선암사 앞에는 관광집단지구가 있어 여관과 민박집이 제법 많다. 송광사 입구에는 조계산장(0661-755-2150), 금광여관(0661-755-2066) 등이 있고 선암산 입구에는 초원장(0661-54-5535), 선암각(0661-54-6029)이 있다. 현대적인 시설의 호텔을 원한다면 로얄관광호텔(0661-741-7000), 금강관광호텔(0661-52-3417) 등 순천시내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운전메모 ■ 광주에서 순천에 이르는 호남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은 4차선 확장된 상태라 과속하기 쉬우므로 속도계를 자주 점검하며 주행한다. ■ 선암사에서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은 승평호를 끼고 달리게 된다. 이 구간은 굴곡이 심하고 시야가 좁아 방어 운전이 필요하다. ■ 송광사나 낙안읍성에서 고인돌 공원으로 가는 길은 주암호 때문에 약간 복잡하다. 이정표가 비교적 잘 되어 있으므로 준비해간 지도와 함께 확인하면서 찾아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