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일본 속의 유럽인 하우스텐보스. 그 안에는 유흥시설도 심지어 인터넷도 되지 않아 정말 자연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조바심 가지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가 있다. 일본도 볼 수 있고, 유럽 정취도 한껏 느낄 수 있는 하우스텐보스에서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을 보시고 가보는 건 어떨까?
|
| |
|
|
| |
| |
| |
| |
 |
| |
| |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55분 만에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제주도보다도 가까운 느낌. 관광버스를 탄 팸투어팀은 고속도로를 달려 후쿠오카현을 지나, 여성들의 기가 세기로 유명하다는 사가현을 거쳐 나가사키현으로 들어간다. 한참 달려 사세보란 지명이 보이자, 바깥 풍경에 대해 이런저런 재밌는 얘기를 해주던 가이드가 불쑥 새로운 말을 꺼낸다. “무라카미 류, 다 아시죠? 그 양반이 이곳 사세보 출신입니다.” 아,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이 하우스텐보스에서 만난 거로군. 점심 식사와 관광을 위해 사세보시에서 잠시 멈췄다.
우리 나라로 치면 다도해에 해당하는 구주구시마(九十九島)를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도는 코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넓고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박힌 섬들 사이로 하얀 물살을 가르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으나, 약간 지루한 감도 없잖았다. 다시 서둘러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10분쯤 갔을까, 잠시 졸다 깨어나보니 조금 전 일본의 바닷가 풍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이국적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커다란 풍차가 유유히 돌아가고, 운하에는 백조가 헤엄치고, 꽃과 나무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그런 풍경.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하우스텐보스였다.
|
| |
|
|
| |
| |
| |
| |
(나가사키)공항을 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사세보, 하우스텐보스라는 출구로 빠져나와 가와타나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면, 높은 탑이 눈에 들어온다. 하우스텐보스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돔 투른의 탑이다. 그 탑을 볼 때마다 묘한 감상에 사로잡힌다. 그 탑이, 아니 탑뿐이 아니라 하우스텐보스 전체가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 반면에 아무런 변화 없이 옛부터 존재했던 가와타나 마을의 강이나 거리, 파친고 가게, 자전거 가게, 수선 가게, 두부 가게가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눈에 비친다.
- 무라카미 류의 소설,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중에서 |
| |
|
|
| |
| |
| |
| |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위치한 하우스텐보스는, 나가사키와 네덜란드의 역사적인 교류를 기념하여 네덜란드 정부와 일본 기업이 협력, 17세기 네덜란드 왕궁과 거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낸 리조트형 테마파크 도시다. 46만 평의 간척지에 만들어진 이 고풍스런 도시는 1992년 개장 이래 일본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명소가 되었으며 작년엔 12만 명의 한국인이 다녀가기도 했다.
호텔버스가 와서 짐을 실어가고 나면, 비로소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입장이 아니다)하게 된다. 우리가 묵게 될 ‘호텔유럽’까지는 운하가 연결되어 있어 배(캐널 크루저)를 타고 들어간 뒤 체크인을 하는 낭만적인 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5층 높이의 ‘ㅁ’자 건물로 하우스텐보스 내 5개의 특급호텔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호텔유럽은, 암스테르담의 유서깊은 동명의 호텔을 한 단계 고급화하여 재현한 곳. 앤티크 가구와 금테 장식 액자며 멋진 도자기 티 세트까지, 17세기 네덜란드풍에서 뭐 한 구석 빠지는 것이 없었다. 운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까지도.
|
| |
|
|
| |
| |
| |
| |
호텔유럽의 로비를 말없이 가로질러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는 복도를 걸어서 방으로 들어갔을 때에도 기시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은 운하를 바라볼 수 있는 스위트룸이었다. 가구, 물건, 조명 기구 등도 가공의 유럽의 밤거리의 연장선 위에 통일되어 있었기 때문에 잃어버린 현실감은 여전히 되찾을 수 없었다.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중에서 |
| |
|
|
| |
| |
| |
| |
 짐을 풀고,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호텔유럽을 나서 본격적인 하우스텐보스 구경에 나섰다. 다른 사람들이 하우스텐보스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거리의 지구’에 있는 전망대 ‘돔 투른’으로 간 사이, 조용하고 한적한 산책이 하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긴 곳이 ‘숲의 지구’. 늠름하게 키 큰 나무로 조성된 산책길 주변엔 마침 수국이 만발해 있었고, 주변은 새 소리와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이 간간이 들릴 정도로 적막했다. 저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천천히 걸어가본 오솔길 끝에는, 영화에서나 봄직한 ‘팰리스 하우스텐보스’가 있었다. 네덜란드의 베아트릭스 여왕이 살고 있는 궁전인 팰리스 하우스텐보스를 그대로 재현한 궁으로,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하우스텐보스(Huis ten bosch)가 네덜란드어로 ‘숲 속의 집’이라 했던가. 바로크식으로 잘 정돈된 정원과 수십 가지 종류의 장미가 만개한 장미정원을 가진 이곳은 진정한 ‘숲 속의 집’이었다. 분수와 석상이 아름다운 장미정원에 잠시 앉아 여행자의 자유를 만끽한다. 최대한 천천히 걸어 오솔길을 내려오다 무작정 버스정류장에 대기 중이던 클래식 버스에 올라탄다. 운전기사는 승객들을 위해 틈틈이 창 밖의 건물들을 설명해준다. 물론 일어다.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모든 것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혹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즐겁고 달콤했으니. 일단 ‘종점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숲의 지구’를 떠난 버스는 ‘거리의 지구’를 지나 ‘박물관의 지구’, ‘오락시설, 식당가의 지구’를 지나 입국 장소와 가까운 ‘꽃의 지구’까지 간다. 총 7개 정류장, 10분 정도 걸렸을까. 풍차와 꽃들이 가득한 꽃의 지구를 지나 ‘테르후트 다리’를 건너 식당가로 들어섰다.
|
| |
|
|
| |
| |
| |
| |
나는 이 레스토랑을 소개할 때에 이런 말을 했었다. “맛있다는 느낌을 주는 레스토랑은 얼마든지 있어. 하지만 ‘멋지다’는 느낌을 주는 레스토랑은 하우스텐보스의 ‘엘리타쥬’뿐이야.” 우리는 잠시 침묵을 지키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운하의 수면에 비친 여러 종류의 불빛들이 바람과 백조에 의해 각양각색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 무라카미 류의 소설,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중에서 |
| |
|
|
| |
| |
| |
| |
물론 나는 ‘영빈관’에 있는 ‘엘리타쥬’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일행과 함께 호텔 내에서 저녁 뷔페를 즐겼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잔뜩 비를 머금은, 습기 찬 날씨마저도. 저녁 8시 30분부터 오우라만을 배경으로 펼쳐진 레이저쇼와 불꽃놀이는 국내 놀이동산 수준이었고, 또 연이어 펼쳐진 뮤지컬은 일본어로 진행되어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지만, 주변 상점에서 파는 맛있는 생맥주를 들이켜며 불빛에 반짝이는 건물을 배경으로 바닷바람을 쐬는 것은 ‘감미로움’의 극치였다.
|
| |
|
|
| |
| |
| |
| |
가공의 도시인 유럽의 밤거리에 둘만이 있다보니 모든 것이 요염하고 화려하게 보인다. 현실감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거리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해, 라고 말하면서 미치코는 광장의 중앙에 멈추어 서서 위를 둘러보았다. 석조로 이루어진 탑과 건물이 불빛에 부각되어 우뚝 솟아 있다.
-『첫날 밤 둘째날 밤 그리고 마지막 밤』 중에서 |
| |
|
|
| |
| |
| |
| |
 |
| |
| |
오전 중에 떠나야 했으므로 어제 미처 둘러보지 못한 곳 위주로 구경을 다녔다. 먼저 돔 투른. 네덜란드에서도 가장 높은 교회의 탑을 재현한 높이 105m의 전망대로, 하우스텐보스 풍경을 270°로 조망할 수 있는 기가 막힌 곳이다. 이곳에 서서 어제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던 곳들을 눈으로 확인해본다. 오락시설 지구는 사실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즐길 만했고, 박물관의 거리도 볼거리가 많았지만, 진정 흥미로운 곳은 ‘쇼핑의 거리’였다. 모든 상점은 각각의 테마가 있었는데 아이템의 다양함이 거의 박물관 수준. 그냥 구경만 해도 행복해진다. 숲의 지구에 한 번 더 가고 싶었는데… 좀 더 머물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출국’을 한다.
국도로 1시간 정도 달리니,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원폭투하지로 유명한, 야경이 멋지다해서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나가사키에 도착한다. 나가사키에서는 나가사키 명물인 ‘짬뽕(돼지고기, 어패류, 야채가 듬뿍 들어간 국수. 빨갛지 않고 하얀 국물이 특징)’을 먹고,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양식 성당인 오우라 덴슈도(大浦天主堂)와 개항 초기 서양인들이 모여 살았던 지역인 그라바엔(글로버 정원)을 둘러본 뒤, 원폭 희생자들을 기리는 평화공원에 가는 것이 예정된 관광 수순. 가는 곳마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은 건, 나가사키가 개항, 전쟁 등 근대일본의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기 때문이다. 나가사키의 또 다른 명물 카스텔라를 사들고, 또 버스에 올랐다. 1시간 남짓 해안을 따라 달리던 버스가 이번에는 산을 타고 구불구불 올라간다. 그러더니 모락모락 연기가 나고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산 중턱에서 딱 멈춘다. 이미 저녁 안개가 끼어 지척만 분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곳이 일본의 대표적 유황온천지인 운젠(雲仙)이다. 전통 온천장이 즐비했는데 그중 우리가 묵은 곳은 ‘규슈료칸’. 인도 시인 타고르가 다녀간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다다미가 깔린 전통 료칸에 들어서 비치된 유카타를 입고 나니, 이제야 진짜 일본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
|
|
| |
 |
| |
|
|
| |
| |
| |
| |
 표지판마저도 사랑스럽다. |
| |
|
|
| |
| |
| |
| |
 자연정화능력이 있는 운하와, 40만그루의 나무, 30만송이의 꽃의 나라, 하우스텐보스. 가라오케나 술집 같은 기본적인 유흥시설마저 없이 휴식을 취하기엔 그만이다. 인터넷마저 안된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
| |
|
|
| |
| |
| |
| |
 풍차 옆으로 17세기 네덜란드 치즈농가를 재현한 '부룬카스'가 보인다.
|
| |
|
|
| |
| |
| |
| |
 |
| |
| |
1934년에 일본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운젠국립공원은 해발 700m에 위치, 여름에도 평균온도가 21℃로, 일본 내에서도 최고의 피서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안개가 자욱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는 것도, 산책로가 정비된 운젠지옥(천연 온천수가 보글보글 지면 위로 끓어 올라오는 곳)을 거닐며 삶은 달걀을 먹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운젠 가까이에 위치한 시마바라시에선 1991년 실제로 화산 폭발이 있었던 헤이세이신산과 당시 화산에서 품어나온 화산재로 동네가 함몰된 현장인 ‘미즈나시 혼젠’, 그 일련의 과정들을 기록하고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재해박물관’ 그리고 시마바라성을 둘러보는 것으로 관광이 얼추 마무리가 된다.
2박 3일, 짧은 일정치곤 많은 곳을 돌아다녔던 여행이었다. 그래서 한편 아쉬움이 큰 여행이기도 했다. 몇 군데만 가더라도 조금씩 더 머물면서 그곳의 정취를 음미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그러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뭘 그래, 다음에 다시 가면 되잖아? 그만큼 맘에 쏙 든 여행이었다. 시차의 여독 없이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이처럼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또 어딨겠는가. 다음번엔 남편과 아이들 손 꼭 잡고 함께 가리라.
|
| |
|
|
| |
| |
| |
| |
| 하우스텐보스의 대표건물, 돔 투른의 야경 |
| |
|
|
| |
| |
| |
| |
|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양식 성당, 오우라 덴슈도. 수많은 서양인 성직자들이 순교한 곳이기도. |
| |
|
|
| |
| |
| |
| |
시마바라시에 있는, 시마바라성. 이 성의 천수각 꼭대기에 오르면 시마바라 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
| |
|
|
| |
| |
| |
| |
 하우스텐보스 여행 |
| |
| |
ㆍ 하우스텐보스 패키지
배낭여행, 효도여행, 허니문 등 다양한 상품이 있다. 부산에서 페리를 이용하고 저렴한 숙박시설을 이용한다면 1인당 30만원대로도 가능하다. 서울에서 비행기를 이용 2박3일 코스로 갈 경우, 보통 1인당 50만~80만원대 정도. 가격차는 숙박시설 차이.
ㆍ하우스텐보스 숙박시설
하우스텐보스 내의 특급호텔(1인 1박 1만5천~3만5천엔)에서는 한밤중의 하우스텐보스를 만끽할 수 있다. 장외호텔은 좀 더 저렴하다.
ㆍ문의
일본전문 (주)여행박사(www.tourbaksa.co.kr) |
| |
|
|
| |
|
